동동, 열두 달에 새긴 고려인의 사랑과 그리움
**〈동동〉**은 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작자 미상의 고려가요입니다.
정확한 창작 연대와 작자는 알 수 없지만, 고려시대에 민간에서 불리던 노래가 궁중으로 들어가 공연 음악과 춤에 사용되었으며, 이후 조선시대의 음악서인 『악학궤범』에 노랫말이 기록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첫머리의 서장 한 연과 정월부터 십이월까지 이어지는 열두 개의 월령으로 구성된 총 13장의 연장체 노래입니다. 매달의 계절 변화와 세시풍속을 배경으로 임을 향한 찬양과 축복, 기다림, 외로움, 원망과 그리움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월령체 또는 달거리 형식의 고려가요로 평가됩니다.
월령체란 무엇인가
월령체(月令體)란 정월부터 십이월까지 일 년 열두 달의 순서에 따라 내용을 전개하는 시가 형식입니다.
〈동동〉에서는 달마다 다른 자연 풍경과 풍속이 등장합니다. 정월의 얼었다 녹는 냇물, 이월 보름의 등불, 삼월의 봄꽃, 사월의 꾀꼬리, 오월 단오의 약, 칠월 백중, 팔월 한가위, 구월의 국화처럼 계절을 나타내는 소재들이 화자의 감정과 연결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히 열두 달의 풍속을 소개하는 노래가 아닙니다. 달이 바뀌고 계절이 흘러도 돌아오지 않는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월령체 형식은 화자의 그리움이 한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일 년 내내 계속되는 깊은 기다림이라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보여 줍니다.
서장—덕과 복을 임에게 바치는 노래
작품의 첫 연은 열두 달의 노래가 시작되기 전 부르는 서장입니다.
화자는 덕과 복을 잔에 받들어 임에게 바치며, 임이 덕과 복을 누리기를 기원합니다. 이 부분은 사랑하는 임을 향한 개인적인 마음으로도 읽을 수 있고, 임금이나 높은 존재를 찬양하고 축복하는 송도와 송축의 노래로도 해석됩니다.
따라서 〈동동〉의 ‘임’은 연인으로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임금 또는 화자가 존경하고 축복하는 특별한 존재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정월부터 십이월까지 이어지는 마음
정월에는 얼었다 녹는 냇물과 달리 홀로 외롭게 지내는 자신의 처지를 노래합니다. 세상 가운데 태어났지만 임 없이 혼자 살아가는 쓸쓸함이 드러납니다.
이월에는 보름날 높이 밝힌 등불처럼 많은 사람을 환하게 비추는 임의 모습을 찬양합니다.
삼월에는 봄에 피어난 아름다운 꽃에 임을 비유하며,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큼 빼어난 임의 모습을 노래합니다.
사월에는 철이 되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꾀꼬리와 달리 자신을 잊고 돌아오지 않는 임을 원망합니다.
오월에는 단옷날의 약을 바치며 임이 천 년 동안 오래 살기를 기원합니다. 떠난 임을 원망하면서도 임의 평안과 장수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유월에는 벼랑에 버려진 빗에 자신을 비유합니다. 쓰임을 다하고 버림받은 물건처럼 임에게 외면당한 화자의 처지가 나타납니다.
칠월에는 백중을 맞아 여러 음식을 차려 놓고 임과 함께 살아가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빕니다.
팔월에는 한가위가 찾아왔지만 임과 함께하지 못하기 때문에 명절의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고 말합니다. 임이 함께해야만 진정한 명절이 된다는 뜻입니다.
구월에는 약재로 쓰이는 노란 국화가 집 안에 들어온 고요한 가을 풍경 속에서 깊어지는 외로움을 노래합니다.
시월에는 잘려 버려진 나무에 자신을 비유하며, 임에게 버림받고 아무도 거두어 주지 않는 처지를 한탄합니다.
십일월에는 차가운 봉당에 얇은 속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잃은 슬픔과 외로움을 견딥니다.
십이월에는 임을 위해 가지런히 놓인 젓가락이 정작 임이 아닌 다른 손님에게 사용되는 모습을 통해, 임과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과 자신의 처지를 안타까워합니다.
“아으 동동다리”에 담긴 의미
각 연의 끝에 반복되는 “아으 동동다리”는 작품의 음악성과 리듬을 살려 주는 후렴구입니다.
이 구절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습니다. 악기의 소리나 북소리를 본뜬 말로 보기도 하고, 노래와 춤의 장단을 맞추기 위한 여음으로 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를 특정한 현대어 문장으로 번역하기보다는, 작품 전체를 이어 주는 리듬과 정서의 울림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기쁨과 찬양의 장면에서도, 외로움과 원망의 장면에서도 같은 후렴이 반복됩니다. 그 때문에 “아으 동동다리”는 열두 달 동안 끊어지지 않는 화자의 사랑과 그리움을 더욱 깊게 들려줍니다.
작품의 특징
〈동동〉은 고려가요의 대표적인 특징을 잘 보여 줍니다.
첫째, 서장과 열두 달의 노래가 각각 독립된 연을 이루는 13장 연장체입니다.
둘째, 일 년의 흐름에 따라 노래하는 월령체 또는 달거리 형식입니다.
셋째, 각 연의 끝에 “아으 동동다리”라는 후렴구를 반복하여 음악성과 통일감을 만듭니다.
넷째, 등불·꽃·꾀꼬리·빗·국화·나무·젓가락과 같은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임과 화자의 처지를 비유합니다.
다섯째, 임에 대한 찬양과 축복, 기다림과 원망, 버림받은 슬픔이 함께 나타나며 한 해 동안 깊어지는 사랑의 정서를 보여 줍니다.
800년을 넘어 오늘까지 이어지는 노래
〈동동〉의 가장 큰 매력은 오래된 말 속에 오늘날에도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살아 있다는 점입니다.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오지만 기다리는 사람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명절이 찾아오고 꽃이 피어도 사랑하는 임이 곁에 없다면 기쁨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화자는 임을 원망하면서도 임의 행복과 장수를 빌고, 버림받았다고 느끼면서도 끝내 사랑을 놓지 못합니다.
이러한 마음은 고려시대 사람들만의 감정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멀어진 인연을 그리워하며,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아쉬워하는 마음은 시대를 넘어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이어집니다.
〈동동〉은 열두 달의 자연과 풍속 속에 한 사람의 사랑을 새긴 노래이며, “아으 동동다리”라는 울림을 따라 80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온 한국의 소중한 음악·문학 유산입니다.
English Description
Dongdong—A Goryeo Song of Love Through the Twelve Months
Dongdong is an anonymous Korean song passed down from the Goryeo era. Its exact date of composition is unknown, but it is believed to have circulated orally before becoming part of court music and dance. The lyrics were later recorded in Akhak Gwebeom, a major musical treatise from the Joseon dynasty.
The song consists of an opening verse followed by twelve sections representing the months from January to December. This structure is known as wollyeongche, or the monthly-cycle form.
Each month presents a different seasonal image or traditional custom: a stream freezing and melting in January, bright lanterns in February, spring flowers in March, a cuckoo returning in April, the Dano festival in May, Baekjung in July, Chuseok in August, and chrysanthemums in September.
These scenes are not merely descriptions of the seasons. They reflect the speaker’s changing emotions toward a beloved person—admiration, blessing, loneliness, longing, resentment and sorrow.
The recurring refrain, “A-eu Dongdongdari,” gives the song its distinctive rhythm. Its exact literal meaning remains uncertain, and it is generally understood as a musical refrain or rhythmic expression that connects the thirteen sections.
As the seasons change, the speaker’s longing continues. Flowers bloom, festivals return and the year comes to an end, yet the beloved remains absent. Through this monthly progression, Dongdong expresses a love that endures throughout the entire year.
More than eight centuries later, its emotions remain familiar. The desire to wait for someone, the loneliness of separation, and the hope of being reunited transcend both time and language.
Dongdong is a precious work of Korean literary and musical heritage—a song in which the seasons of Goryeo still speak to the hearts of people today.
